극장 변천사 5
4) 동양 전통극의 극장과 무대
동양의 전통극에는 일본의 노, 가부키, 분라쿠와 경극, 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 와양 쿨리, 인도의 카타칼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있고 우리나라에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과 중국의 전통극을 소개하도록 한다.
① 중국
경극의 무대는 초창기에는 야외에 대를 만들어 관객들이 3면에 둘러서서 관람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식당 겸 찻집인 건물에서 실내 공연을 하게 되었다. 경극 무대는 매우 간단한 것으로, 무대 후면에 대상자라고 불리는 수를 놓은 큰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그 양쪽에 출입문이 있는데 헝겊으로 오른쪽에는 상장 문, 왼쪽에는 하장 문이라고 쓰여 있다. 상장 문은 배우들이 들어오는 문이고 하장 문은 퇴장하는 문이다. 무대 중앙에는 술이 달린 등이 드리워져 있고 큰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소품으로 쓰일 뿐 무대장치는 거의 없는 셈이다. 몇 가지 상징적 소품을 적절히 이용하여 빈 무대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①-1 창희의 무대
창희의 무대는 기초적이고 정형적이라고 한다. 무대는 사각이며, 관객 앞으로 뻗은 좌우 양쪽에 기둥이 있다. 그러나 신식의 것은 반원형이며 기둥이 없다. 소품은 작품에 따라 간단한 것을 이용했는데 몇 개의 의자와 탁자 등이다. 이것들은 대개가 인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물건들이어서 관객이 머릿속으로 그 값어치를 알아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창희에서 무대 장치와 소품이 제거된 목적은 관객의 관심을 배우나 극적 행위로 이끌게 하기 위함이다. 관객은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여 자기가 누구이며, 어느 장소에 있으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기 때문에 극의 장면이나 극 중 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작품의 대개가 패관문학이나 전기 소설들에서 취재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은 그 작품의 줄거리를 이미 다 알고 있으므로 이런 설명조차 필요가 없다.
또한 장면 전환도 모두 관객이 보고 있는 가운데 진행이 되고, 무대 장치가 없으며 다만 휘장이 쳐져 있을 뿐이다. 휘장 좌우에 출입할 때 사용되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이것도 휘장과 같은 색으로 발 또는 천으로 되어 있다. 배우가 무대에 등장할 때는 검은 옷을 입은 조수가 발을 들어주는데, 조수는 무대에 등장하여 배우가 사용하는 소품과 의상 등을 옮기기도 하고 차도 따라주기도 한다.
창희에서는 무대 장치와 대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전부가 가상인 암시적이고 단순한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는 반면에, 서구 연극의 배우보다 훨씬 정교한 분장과 화려한 의상을 입는다.
창희는 무대 장치, 무대 조명으로 관객에게 환상을 심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무대효과의 수단은 대사와 동작에 한정되어 있다. 관객들도 무대 장치에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으며, 극 중에 필요한 무대 장치는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다.
그러므로 상징성이 강한 창희를 감상하려면 창희의 약속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희를 보고 듣고도 제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② 일본
①-1 노의 무대
'노'나 '겨겐'은 옛날에는 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오늘날에 와서는 세 방향이나 두 방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수한 무대를 갖고 있다. 관람석을 '켄쇼'라고 하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정면과 측면에만 객석을 두는 무대가 많다. 메이지 이전에는 무대와 관람석이 서로 다른 건물이어서 그 사이로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관람석이 완전히 야외에 마련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많은 '노' 무대는 지붕이 있고 그 위에 무대와 관람석을 감싸주는 천장이 드리워진 이중 지붕의 구조로 되어 있다.
무대는 약 5.5제곱 미터로 관동 지방의 '다다미' 18장 넓이의 방보다 조금 큰 편이다. 무대를 향해 좌측 뒤편으로 비스듬히 하시가 카리(무대 뒤의 메이크업실에서 무대로 가는 통로) 가 있어 출연자의 등장, 퇴장 시에 사용되며, 또 때로는 무대의 연장으로 사용되어 입체적인 효과도 나타낸다.
무대 뒤편의 '카가미 이타'에는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가끔 이 소나무를 바라보며 대사를 외는 것을 보면 필경 중요한 뜻을 지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하시가 카리'에도 무대 쪽에서부터 이치노 마쓰. 니노 마쓰, 산노 마쓰라 하여 소나무를 세워놓고 있다. 이것은 설날의 카도 마쓰 (예부터 신성한 나무라고 하여 나뭇가지는 신전에 바침) 따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무대의 배후는 가쿠야(배우들이 화장하는 방)와 카가비노마로 구분이 된다. 가쿠야는 등장인물들이 화장을 한다든가 또는 휴식을 취하는 곳이며, 카가미노마는 등장인물들이 마지막 준비를 겸해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는 연습장이기도 하다.
①-2 가부키의 무대
가부키의 무대는 막이 있는 액자 무대로, 초창기에는 바닥에 앉아서 보았으나 현재는 의자가 있는 서구식 관객석이다.
가부키 무대는 본 무대 외에 보조 무대 격인 화도가 있는데, 초창기에는 무대 좌우에 있다가 현재는 좌측에만 있다. 관객석을 뚫고 길게 뻗어 있는 '이화도'는 본 무대와 같은 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다른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배우들이 '화도'와 본 무대에 각각 서서 대각선으로 대화할 경우도 있고 아니면 동시 무대의 형태로 각각 다른 장면이 전개되기도 한다.
가부키 무대는 '나미키 소조'에 의해 1729년 회전무대가 발명되었다. 이는 빠르고 쉽게 장면 변화를 할 수 있어 스펙터클한 효과를 내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또한 본 무대와 화도에 각각 무대 밑으로 뚫린 구멍이 있어 귀신들의 출몰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무대 기능에 병행하여 무대 장치가 많이 발달하였다. 예를 들어 지붕이나 벽이 순식간에 제거됨으로써 내부가 드러난다거나 파도가 치는 물결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등 많은 사례를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가부키 무대는 그 무렵(17세기~18세기)의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많이 발달했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화도를 통해 무대와 관객을 하나로 연결한 점은 오늘날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적에 따른 극장 분류 1 (0) | 2022.08.10 |
---|---|
무대 공간과 극장 유형 (0) | 2022.08.10 |
극장의 변천사 4 (0) | 2022.08.10 |
극장의 변천사 3 (0) | 2022.08.02 |
극장의 변천사 2 (0) | 2022.08.02 |